2024년 노벨 화학상은 화학자가 아닌 인공지능 전문가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와 존 점퍼(John Jumper)가 받았습니다. 그들이 이 상을 받은 이유는 화학 실험실에서 시약을 섞거나 물질을 합성해서가 아닙니다.
AlphaFold라는 AI 모델로, 과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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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글래빈 3차원 구조 (출처 : Wikipedia) |
5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단백질 구조 예측
단백질은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에서 거의 모든 기능을 담당합니다. 호르몬, 효소, 면역체계 작용 등 우리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모든 과정은 단백질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단백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겉으로 보기엔 복잡한 고분자 덩어리처럼 보여도, 사실은 아미노산 배열에 따라 매우 정교하게 접히며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예측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연산이 필요하고, 실험을 통한 구조 분석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매우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해왔지만, 예측 정확도가 너무 낮아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AlphaFold AI가 생물학 지도를 바꾸다
2016년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 딥마인드 팀은 2020년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 CASP(Critical Assessment of Structure Prediction)에서 AlphaFold로 전 세계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 AI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입력받아, 이전의 예측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3차원 구조를 예측해낸 것입니다. 그 정확도는 실험적 X선 결정학 수준에 근접했고, 과학자들은 이 기술이 단백질 연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후 AlphaFold는 2백만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그 데이터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하여 생명과학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이는 백신 개발, 유전자 질환 연구, 희귀 질병 치료제 개발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전 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AI인데 화학 상?
사실 AlphFold는 생물학, 컴퓨터공학, 물리학, 수학까지 다양한 분야가 얽힌 융합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단백질 구조라는 화학적 문제를 해결한 것이기 때문에, 노벨위원회는 이들에게 화학상을 수여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하사비스와 점퍼는 전통적인 화학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컴퓨터공학자와 신경과학자 출신으로, AI로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이는 앞으로 과학의 방식이 실험실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손의 노동에서 알고리즘 중심으로 전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AI와 과학
이번 수상은 AI가 과학 탐구 방식을 바꾸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 과거에는 실험 장비와 인력에 따라 연구 속도가 정해졌다면
- 이제는 고성능 GPU와 알고리즘이 연구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 실험은 AI가 추천한 구조를 검증하거나 미세 조정하는 용도로 바뀐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단지 단백질 구조에서 뿐만 아니라, 신약 설계, 재료 개발, 기후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노벨상이 AI의 도움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2024년 노벨 화학상은 AI가 과학 혁신의 주체가 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앞으로 AI는 단백질 이외에 다양한 과학적 세계를 탐색하여, 우리가 미처 닿지 못했던 미래 과학으로 우리를 이끌 것입니다.
AI가 과학의 중심에 있는 시대, 당신이 무엇을 하든 이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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